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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몸짓 / 만은 김종원

鎭豪 송하영 2007. 2. 12. 23:39
봄이 오는 몸짓 / 만은 김종원





봄이 오는 몸짓 / 만은 김종원  
청둥오리 한 마리 아리수를 박차 
시베리아로 돌아갈 날갯짓이 잦아지면 
카악 목을 가다듬으며 
허무의 바람 춤추는 골목 끝 
사람들은 잘 먹던 겨울우물에 
미련 없이 침을 뱉는다. 
검정 외투는 방 구들에 갇힌 
겨울 볕을 지키는 계절의 파수병 
감시 소홀한 틈새를 비집고 
유리창을 뛰어넘어 내달아 
남산 소나무 숲에 입 맞추는 
입춘(立春) 햇살 
첫 키스에 부끄러운 물고기들이 
태백산 얼음골 얼음장 밑에 숨어 
수줍은 가슴을 할딱이면 
훔쳐볼 때가 되었나 
목련은 남이 안 볼 때마다 
눈을 한번 껌벅인다. 
죽어야 산다 
궁금한 나무들은 
내가 죽은 자리 우리들이 
재잘거려 신나는 교정에 서서 
귀를 쫑긋 세운다. 
다가오는 시간은 첫사랑의 고백 
희망봉은 에덴의 동쪽 
어제의 말씀도 봄의 문턱을 넘으면 
물결 이랑마다 푸른 꿈이 넘실대는 바다 
사공은 새로운 돛을 올린다.